티스토리를 시작한 지 거의 2개월이 다 되어간다.
속에 쌓여있던 무언가를 쏟아내고자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조회수에 집착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내 안에 내재된 관종기가 올라오는 것인지
혹은 뭐든 싸워서 이기려는 성미가 도진 것인지

취미로 시작했지만 부수입이라는 목적도 있기에 그동안 정보성 포스팅을 하며 블로그를 키우려고 노력했는데, 숫자에만 집착하고 영혼 없는 글을 써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글이라는 게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글씨체처럼 글쓴이의 가치관과 성격이 묻어나기 마련인데, 가면을 쓴 것 마냥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니.
패션 블로그를 하게 된 계기
이제 와서 말하는데, 블로그의 메인 주제는 패션이지만 나는 그쪽에 문외한이며 미적감각도 한참 모자란 인간이다.
가성비 좋은 SPA 브랜드를 선호하며 명품은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매일 드라마를 챙겨보는 덕후이며, 연예계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처음에는 패션 관련 블로그나 인스타, 유튜브를 보며 저런 것도 있네 하다가
드라마 좋아하니까 리뷰를 해볼까 하다가
그럼 두 개를 합쳐서 드라마 패션을 하면 되겠다 싶어서 시작했다.
물론 다른 블로거가 워낙 많아서 레드 오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진입도 쉬운 분야였다.
경쟁력은 차차 만들어가면 될 일이었다.
뭐든 배워놓으면 써먹을 데가 있다더니
막상 블로그를 해보니 예상외로 내가 가진 재주를 써먹을 수 있는 일이란 걸 깨달았다.
지난 10년간 같은 기술을 찾고 분석하는 일을 해왔다.
패션이라는 분야는 생소했지만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비슷한 걸 찾는다는 측면에서 내가 해온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 좋으면 1분만에 찾을 때도 있고
몇 날 며칠을 뒤져도 안 나올 때도 있으며
그럴 땐 깔끔하게 포기하거나 그나마 비슷한 걸 찾는 걸로 타협해야 한다는 점마저 비슷하다.
물론 내가 헤매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찾아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블로그를 최적화한다는 것
평소에도 개발자 친구를 보며 대단하다 했는데, 요즘은 그들이 진정한 천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검색 유입을 늘리기 위해 SEO를 최적화하고
블로그 화면을 예쁘게 디자인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웃긴 게 손댈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갑자기 오류가 생겨서 사이드바가 저 아래에 내려가 있기도 하고
상단 메뉴를 고정하려고 했더니 카테고리 글자 위에 광고가 붙어서 게시물을 가리기도 하고
별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툭툭 터진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결국은 쓸데없는 코드를 다 지우고
그래도 오류가 없어지지 않아 스킨을 초기화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 기본이 진리야.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인플루언서를 보며 관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파워블로거나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을 보며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
글이든 뭐든 누군가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특히 그들의 수입을 알고 나면 회사에서 일만 하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가끔 조카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데
화가 선생님 의사 뭐 이런게 아니라
아이돌이나 유튜버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냥 조카가 나와 다른 걸 수도 있지만..)
아 세월이여..
아무튼
말이 길어졌는데 블로그를 하며 참 많은 걸 배운다.
다이어리조차 쓰지 않는 내가 매일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니 예상치 못한 문제에 당면하고 그게 또 어떻게 해결되는 것도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가끔은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낀다.
몇 개월 째 의욕을 잃고 멍 때리며 지냈지만,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요리하고 포스팅하고
어떻게든 하루를 보내는 걸 보며
이것이 일상을 되찾는 과정인가 싶다.
여전히 미래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저 오늘을 무사히 살아낸 것에 만족한다.
ps. 우울증 환자에게 넌 왜 그래? 이상하다는 지적보다는
괜찮다는 말 한마디 해주길
그게 어렵다면 말없이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