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경유 15시간, 샤를 드골 공항 호텔 투숙기
새벽 6시의 인천공항
새벽 5시, 9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6.5키로의 배낭을 짊어지고는 엄마 아빠에게 잘 다녀오겠노라 인사를 했다. 설렘과 불안, 걱정에 잠을 설치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택시를 탔다. 집 코 앞에 공항리무진이 서는데, 굳이 본가에 와서 택시타고 버스 정류장에 간다니. 이런걸 보고 고생을 사서 한다고 하지.
새벽 공기를 마시며 공항 리무진을 기다린다. 어느새 가을이 오는지 부쩍 해가 짧아지고 쌀쌀해졌다.
50여분을 달려 도착한 인천공항은 새벽 6시임에도 활기차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들 여행간다더니, 진짜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었구나.
유심/환전/복사
내가 탈 비행기는 에어프랑스로 제2터미널. H카운터에 가서 미리 구매해둔 movistar 유심(스페인 40기가+그 외 국가 10기가+국제전화 200분, 15900원)과 환전해 놓은 유로(토스 환전, 수수료 90% 우대)를 찾는다.
프린트 및 복사는 B 카운터에서 가능하다. 여권을 복사하고, 보딩패스와 파리 호텔 예약확인서, 여행자보험 영문 증명서를 인쇄한다. 사실 핸드폰만 있으면 되지만 혹시 몰라 준비하는 나를 보며, 어김없는 아날로그형 인간임을 깨닫는다.
오전 8시, 커피를 정리하고는 탑승구로 이동한다. 아 제발 시끄럽지 않길 아이가 울지 않길...
걱정이 무색하게 내 양 옆에는 사교성이 좋은 분들이 앉으셨다. 모임에서 남부 프랑스에 놀러가는거라고... 자식들 다 키우고 유럽 여행이라니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프리미에르 클라스 루아시 - 아에로포트 샤를 드 골(Premiere Classe Roissy - Aeroport Charles De Gaulle)
도착한 파리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행기에서 만난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입국 수속을 밟는데, 이게 뭔가 싶을만큼 절차가 간단하다. 예전에 영국 히드로공항에서는 꽤나 까다로웠던 것 같은데 이번엔 질문 하나 없이 도장찍고 끝.
숙소를 가기 위해 2D 터미널로 향한다. 근데 아무리 둘러봐도 셔틀버스가 안보인다. 한참을 헤매다가 메일을 다시 보니 2B와 2D 사이에 온다는 문구가 있어서 2B쪽으로 가니 검은색의 밴이 우르르 선다. 4시 10분에 내렸는데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다섯시반 차는 못타고 6시 차를 탔다. 못 산다 내가...
숙소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강해졌다. 역시 비구름은 나를 따라다니는게 분명하다. 리셉션에서 내일 7시 뱅기타는데 5시 셔틀 괜찮냐물으니 늦을거라고 택시를 타란다. 셔틀 보고 예약한건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에 가니, 빨간침구가 인상적인 매우 작고 허름하고 아무런 어매니티도 없는 텅빈 객실이 나를 반긴다.
앞이 탁 트인 큰 창과 더블베드가 그나마 다행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7-8만원 짜리는 아니다싶다. 하지만 나는 지금 씻지도 못하고 며칠째 잠을 설친 상태라 대충 씻고 침대에 누우니 잠이 솔솔 온다. 역시 피곤하면 방 컨디션 따위....
암튼 무사히 파리에는 도착했고
내일은 산티아고행 시작점인 레온으로 간다.
제발 헤매지 말고 가보즈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