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 Villafranca del Bierzo-Vega de Valcarce (9/23, 16.9km)
기억을 되살려 써보는 뒤늦은 포스팅..😅
비야프랑카에서 만난 아이들을 뒤로 하고 베가 데 발카르세로 떠난다.
날이 추워서 바람막이+경량패딩+후리스에 장갑까지 끼고 길을 나선다.
7도라니 완전 겨울이다. 스페인 날씨가 이렇게 추울 수 있었구나...
가로등과 핸드폰 랜턴에 의지해서 걸어가는 새벽 까미노.
노란 화살표가 유난히 반갑다.
조금 걷다가 아침으로 또르띠아와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이러니 내가 살이 안 빠지지 싶지만, 걸으려면 어쩔 수 없다 일단 살고 봐야지.
쭉 뻗은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Trabadelo에 도착.
화장실도 갈 겸 잠시 바에 들러 카페 콘 레체(라떼)를 한 잔 한다.
그렇게 카페인의 힘을 빌어 또 다시 걷는다.
날씨가 유난히 좋은 날, 이번 길은 평지라서 더 좋다.
푸른 산을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이번엔 양떼가 나타났다.
여기가 시골이긴 한가보다. 여기저기 동물 천지구나...
자유롭게 거닐며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니, 문득 한국의 동물들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초록 초록한 길을 지나 La Portela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부터 꽤나 아기자기하다.
그렇게 16키로를 넘게 걸어 도착한 베가 데 발카르세.
풍경은 아름답고 동네는 깔끔하고 사람은 북적이지 않는, 그야말로 평온함 그 자체인 곳이다.
예약한 숙소는 Albergue El Paso.
리뷰가 꽤 좋아서 예약했는데, 와서 보니 더욱 맘에 든다.
엄마가 예전에 바라던 텃밭 있는 집!
사장님이 각종 채소를 직접 기르시는데, 심지어 소까지 키우신다. 놀라워....
한국 손님이 많은지 한국어 안내문까지 있고, 한국인에게 받은 선물이라며 자랑하시기도 함ㅋㅋㅋ
Albergue El Paso · Carr. Antigua N-VI, 6, 24520 Vega de Valcarce, León, 스페인
★★★★★ · 호스텔
www.google.com
짐을 정리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생각해보니 스페인에 왔는데 여태 빠에야를 한번도 못 먹었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에 들어가 야심차게 해산물 빠에야(2인분)을 주문한다.
16키로 넘게 걸었으니까 많이 먹어도 될 거야.
(물론 이렇게 먹다가 살 하나도 안빠짐ㅎ.. 까미노 걷고 살 안빠진 건 나뿐이리라...)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또 하나의 인연, 아르헨티나 커플.
사장님이 곧 한국에 여행가는 커플이라며 소개해주셨다. 뭐 좀 알려주고 친해지라고.. 뭔가 상부상조 느낌...
누구한테 한국을 소개해본 적이 없어서 잠시 당황했지만, 어느새 친해져서 와인 마시고 놀았다.
사장님이 키우신 방울토마토, 아르헨티나 커플 (로시&페드로)가 준비한 안주, 그리고 한국 라면을 안주로 와인 파티ㅋㅋㅋ
참고로 와인도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거!! 얼마더라 4-5유로 정도로 판매하신다.
(사진은 다 어디갔을까...?! 너무 신났나..)
사장님 덕분에 또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네..감사해요!!!
지금쯤 신나게 서울 여행 중일 친구들, 난 최선을 다했어. 이제 너희 몫이다! 재밌게 즐기고 가렴ㅋㅋㅋ
Welcome to Korea! Enjoy your t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