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차, Sarria-Portomarin (9/27, 22.4km)

오늘은 포르토마린 가는 날
그리고 까미노 중에서 가장 당황한 날이다.
왜냐. 바로 사코슈를 숙소에 두고 나왔기 때문이지...
후... 다시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
스토리는 이러하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7시쯤 나섰는데,
걷다보니 등산스틱이 안보이는 것...
그래서 돌아가다가 뭔가 어색하다 싶었는데 여권+지갑 다 들어있는 사코슈가 없다는 걸 깨달음
스틱이고 뭐고 정신없이 15분쯤 걸어서 숙소에 도착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내가 갔던 칸이 닫혀있음ㄷㄷㄷ
그래서 밖에서 달달달 떨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 남자 한명이 사코슈를 들고와서는 누군가 맡기고 갔단다.
와... 그라시아스 땡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감사의 인사를 전함
들고 있는 것도 훔쳐가는 판에 잃어버린 걸 되찾아주다니ㅠㅠ 엉엉...
그렇게 사코슈와 등산스틱을 챙기고는
또 뭔가 잃어버렸을까 두려운 마음에 숙소 앞 카페에 들어간다.
카페인으로 놀란 마음과 저 멀리 나가떨어진 정신을 가다듬으며
짐을 하나하나 챙겨본다.
하.. 인생...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카페를 나서니,
밖은 이미 해가 중천에... 밝다 밝아.
그렇게 포르토마린 가는 길을 찾아가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여기가 아니라고 반대편이라고ㅋㅋㅋㅋ
내가 또 길치력 발휘했구나..
아저씨 덕분에 제대로 된 길을 찾아서 가는데
세상에, 얼마 전 베가 데 발카르세에 가는 길에 만난 프랑스 할머니가 딱!!
사실 나는 못 알아봤는데... 할머니 눈썰미 무슨 일
근데 이건 뭐 한국에서 등산하는 느낌... 사람 왜 이렇게 많은 거죠?
사리아부터 걷는 사람이 확 많아진다고 듣기는 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많아서 당혹스럽다. 이렇게 줄지어 걸을 줄은 몰랐지.
(보니까 내가 늦게 출발해서 단체관광객을 만난듯... 그 와중에 사진 흔들렸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부엔까미노 안해줌.
이거 진짜 서운했음...
나 여태 지나가는 사람들이랑 인사하는 맛으로 걸었는데!!!
암튼 그렇게 나도 인사는 건너뛰고 걷기에 집중해본다.
언덕도 없고 길이 좋아서 걷기는 편한데
사람들이랑 소통하지 않으니 뭔가 심심하고 허한 느낌..
사리아부터 시작하면 이런 느낌만 받겠구나. 아쉽겠는데..?!


아침으로 또르띠아랑 커피 마시고
중간에 목말라서 코카콜라까지.. 완전 시원해!!!
(이렇게 살이 찝니다...)
그리고 드디어 산티아고로부터 100km 지점에 도착!!
이런 도장도 있네? 귀여워



그렇게 걷다가 개와 함께 걷는 스페인 남자를 만남.
초반에도 봤는데 끄트머리에서 또 만났다.
개 이름이 "오디"인데 겁나 똑똑함
그 남자가 걷는 속도 맞춰서 걷는데, 짖지도 않고 너무 예쁨.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아쉽..)
그렇게 오디와 함께 걸으며 도착한 포트토마린,
미뉴 강과 그 사이에 놓인 다리
그리고 강 건너 바로 보이는 예배당(Capela das Neves)이 참 예쁘다.


숙소 가는 길에 놓인 포르토마린 포토스팟
날씨가 흐려서 아쉽지만 예쁘군


오늘의 저녁은 미뉴 강이 보이는 뷰 맛집인 O Mirador.
자리가 없대서 1층에서 음료를 먼저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리가 났다고 해서 2층으로 이동.
와, 뷰 미쳐버림!!!
뽈뽀와 고로케가 맛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이 곳은 진심 고로케 맛집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너어무 부드러움!!!
(여러분, 고로케 먹으러 가세요)


O Mirador · Rúa do Peregrino, 27, bajo, 27170 Portomarín, Lugo, 스페인
★★★★☆ · 음식점
www.google.com
그렇게 밥을 든든히 먹고 동네 산책을 나섰는데,
젤라또 가게 앞에서 트리아카스텔라에서 만났던 한국인 부부를 또 만남
이쯤되면 인연인가 싶다ㅋㅋㅋㅋ
한창 젤라또 먹으며 떠들고 있는데 어떤 미국인이 와서 아저씨에게 인사한다.
미국 공군으로 20년 근무하고 퇴역했다고..
그렇게 떠들다가 크레덴시알을 구매하려고 먼저 나섰는데,
이 아저씨 나를 따라 가게로 와서 말을 건다.
나도 나이가 있지만.. 그래도 나이 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아저씨!!
적당히 대꾸해주다가 도망쳐서 동네 구경에 나섰다.
이 곳에도 어김없이 있는 교회... 예쁘다 예뻐.


Igrexa de San Xoán de Portomarín · 27170 Portomarín, Lugo, 스페인
★★★★☆ · 교회
www.google.com
기분 좋게 산책하고 맥주 하나 사서는 숙소로 들어간다.
오늘의 숙소는 Albergue Gonzar.
리뷰 안좋은 곳만 남았길래 더블룸 예약했다가
돈 아끼려고 나중에 바꾼 곳이다.
저렴한 방이라 기대 안했는데 방도 화장실도 깔끔해서 좋았던...
무엇보다 방에 있는 테라스 뷰가 괜찮다.


Albergue Pensión Gonzar · Rúa do Peregrino, 24, 27170 Portomarín, Lugo, 스페인
★★★★☆ · 호스텔
www.google.com
앞으로 남은 거리는 100km.
내일은 단체 관광객 안만나도록 일찍 나가야지
그리고 짐 잘 챙겨야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