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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파리에서 레온까지, 렌페 놓치고 블라블라카 탄 후기

some1014 2023. 9. 1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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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레온까지
파리에서 새벽 7시 비행기를 타고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파리에서는 비가 그렇게 오더니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답게 맑은 하늘이 날 반겨준다. 날씨가 좋으니 놀러온 것 마냥 기분이 붕 뜬다. 이래서 내가 스페인을 좋아한다니까.



마드리드에서 레온 가는 방법은 크게 버스와 렌페가 있다. 버스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시간이 좀 걸리고, 렌페는 두시간 정도 걸리지만 비용이 비싸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해서 29.1유로였는데, 마드리드 공항에서 차마르틴역까지 이동하는 비용도 포함이라고 한다.


렌페 지옥의 서막
공항 인포에서 렌페 표를 보여주니 터미널 4로 가라고 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서 터미널 4 도착. 렌페 표지판을 따라 가니 렌페 티켓을 구매하는 곳이 나온다.


하지만, 분명 차마르틴가는 비용도 포함이랬는데 티켓을 찍으니 출입이 안된다. 역무원 말이 지금은 안되고 시간되면 열린다고... 아니 난 차마르틴 가서 밥먹고 놀다가 렌페 타려고 시간을 2시 40분으로 예매했는데.. 지금 9시 반인데..?

그렇게 9시 반부터 2시 40분까지 무려 4시간 넘게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짐. 시간 변경이 안되는 표인데, 차마르틴 지금 가려면 10유로 주고 표를 끊으란다. 암튼 그리하여 샌드위치도 사먹고 맥주까지 들이키며 기다리고 2시쯤 렌페 탑승장에 갔다. 다행히 표가 찍힌다.




근데 사건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나는 2시 40분 차를 타면 차마르틴 가서 바로 렌페타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차마르틴에서 2시 40분에 렌페를 타는 거였음. 왜 나는 이걸 헷갈리는 거야....?
수많은 열차를 보내고 2시 40분에 딱 열차가 오지 않자 급 불안해지고 얼른 아무거나 타서 차마르틴에 감. 이미 3시가 넘어 열차는 떠났고, 다음 열차는 6시인데다가 가격이 77유로. 진짜 망해버림.  그리하여 대체 수단을 찾기 시작.

1. 버스
마드리드 공항으로 다시 가면 알사버스를 탈 수 있음. 3시간 40분 소요, 37유로

2. 렌페
지금 다시 끊을 수 있는 표는 77유로인데, 시간도 젤 빠른게 6시라서 패스

3. 블라블라카
일종의 카풀 서비스로 레온까지 3시간 20분, 약 20유로. 단, 시작점을 내가 정할 수 없어서 상대방쪽으로 가야함. 그러나 젤 저렴해서 이걸로 선택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나옴)


우왕좌왕 블라블라카 탑승기


그러나, 하나 꼬이기 시작하면 다 꼬인다고... 택시 정류장에서 볼트를 불렀는데 트래픽이 심해서 15분 넘게 차가 들어오지를 못했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기사랑 통화하고는 택시를 취소해버렸다(취소비 5유로). 그리고는 그냥 정류장에 있던 택시 잡아서 타버림.

4시 45분에 오랬는데 10분이나 늦어버렸고, 미안한 마음에 계속 쏘리를 외쳤다. 그러나 기사님은 웃으며 반겨주셨다. 하...진짜.. 마음 속으로 다행이라고 외치며 탑승. 근데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시고 그냥 냅다 스페인어 날리신다ㅋㅋㅋㅋ괜찮아요 스마트한 시대 아닙니까. 내겐 번역기가 있다구여?

일단 대충 듣고 하고싶은 말은 번역기 돌려서 얘기하니 어찌어찌 대화가 통한다. 까미노 걷는다고 하니 자기도 걸었었다고 길 진짜 예쁘다고 막 자랑하심. 귀여우셔라.
하지만 하루 종일 우왕좌왕하며 폰을 써댄 탓에 배터리가 떨어졌고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나버렸다.....

이후 나는 꿀잠을 잤고 3시간을 넘게 달려 레온에 도착했다. 오전 9시쯤 마드리드에 왔는데 레온에 8시 20분에 도착한거 실화냐. 하...길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길치력을 발휘한다 진짜.

기사님께 한국에서 가져온 북마크를 선물로 드리고는 호스텔로 향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하니 리셉션이 9시 마감이라 사람이 없다. 메시지로 번호키를 받아 배정된 룸에 도착하니 방에 있던 순례자가 또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는 걸 해외에 나와서야 느낀다. 고마운 마음에 휴족시간을 하나 넘기니 wow를 외친다ㅋㅋㅋㅋ후..잘 가져왔나봐.

짐을 정리하고 씻고 나니 세상 개운하다. 차에서 잔뜩 잤지만 바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역시 몸이 힘들면 불면증 따위 없다. 까미노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힘들다.
나...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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