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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10일차, 베가 데 발카르세-오 세브레이로-리나레스 (14.9km)

some1014 2023. 10. 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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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차, Vega de Valcarce-O Cebreiro-Linares (14.9km) 

 

까미노닌자

 

오늘은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에 가는 날.

 

Maria의 조언에 따라 짐을 보내고 가벼운 몸으로 길을 걷기로 한다.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마지막으로 까미노 시작!

 

까미노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은 야외 매점이 있어서 커피 한잔.

 

내 앞에서 기지개를 켜는 강아지.. 너무 귀엽다ㅋㅋㅋ

덕분에 기분 좋게 까미노를 시작한다 고마워!!

 

까미노까미노강아지

 

오세브레이로 가는 길에 있는 La Faba라는 곳에서 한식을 먹을 수 있다길래 그곳으로 향한다.

어제 먹은 포장 김치가 아주 맛이 없었으므로, 어서 맛있는 걸로 씻어내고 싶은 마음

이걸 위해 내가 예약까지 했다...

 

가까운 마을인데 12시 반부터 식사가 가능하대서,

오늘은 가는 동안 설렁설렁 시간을 보낼 예정.

 

tito-la-fabatito-la-fabatito-la-faba

 

Tito La Faba · Calle santiago, 8, 24526 La Faba, León, 스페인

★★★★★ · 카페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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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하고 왔다고 했더니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

커피를 한잔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김치에 넣을 마늘까는 것도 도와드리고ㅋㅋㅋ

 

오늘의 메뉴는 김치볶음밥과 떡국!

국물이 절실했던 나는 떡국을 택했고, 성공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와 아니 김치는 또 왜이렇게 맛있어요 선생님?! 

스페인에 파는 소스로 직접 젓갈 맛을 내셨다는데..

이거 진짜 믿을 수가 없음. 누가봐도 한국 젓갈 맛이야!!

 

떡국이 식사인데... 따로 흰쌀밥까지 주셔서 2인분을 클리어하고는 길을 나선다.

아 오세브레이로.. 왜 2인분 주셨는지 알겠다.

1,297m... 힘들어서 토할 것 같네ㅋㅋㅋ

(+ 소똥 때문에 파리가 겁나 많은 구간이 있음..La Faba 가는 길부터)

 

오세브레이로오세브레이로

 

하지만 풍경이 너무나 좋다.

높은만큼 한눈에 모든 것이 내려다보인다.

 

갈리시아까미노까미노

 

Punto de entrada a Galicia · Unnamed Road, 24526, 24526 Vega de Valcarce, León, 스페인

★★★★★ ·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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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걸어 드디어 카스티야레온에서 갈리시아로 넘어가는 경계에 도착.

세상에,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곳곳에 보이는 순례자들의 메모,

누군가를 기리는 십자가를 보며 묵념을 한다.

까미노에서 돌아가신 안타까운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지금껏 본 십자가가 몇 개일까...

 

오세브레이로오세브레이로

 

 

드디어 그 유명한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에 도착.

와... 1,297m를 내가 올라왔다! 으아아아아아!!!

 

오세브레이로오세브레이로

 

이제 오르막은 없다...가벼운 마음으로 이제 동네 구경.

음 아기자기한게 이 동네도 참 이쁘네.

사람들이 왜 많이 머무는지 알겠다.

하지만 오 세브레이로에 내 숙소는 없지...ㅎ

 

오세브레이로오세브레이로

 

그래서 조금 더 걸어서 다음 마을인 리나레스(Linares)로 간다.

모두 오 세브레이로에서 머무는지 걷는 사람이 나 밖에 보이지 않지만 괜찮다.

혼자 걷는 길도 매력적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거든. 

 

그렇게 걷고 걸어서 숙소에 도착.

오.. 아무것도 없고 진짜 이 알베르게만 있네ㅋㅋㅋ

하지만 아주 깔끔하니 좋구만

 

리나레스리나레스

 

Albergue Linar do Rei · 27671 Liñares, Lugo, 스페인

★★★★★ · 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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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하나 또 만남.

종합상사에서 일하다가 파라다이스에서 정년퇴직했다는 어르신을 만났는데,

꼰대같지 않은 진짜 삶에 대한 조언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성을 가져야한다."

 

우울증에 먹혀서 매일 매일이 전쟁인 나에게

정말 딱 맞는 조언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항상 나만을 생각했다.

스스로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가끔 안쓰러워하며

그렇게 내 안에서 혼자 썩고 있었지.

 

조금이라도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봤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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