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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2일차, 산 마르틴 델 까미노-무리아스 (29.2km)

some1014 2023. 9. 1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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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San martin del camino to Murias de rechivaldo (29.2km)


7시에 바가 오픈하자마자 길을 나선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레온에서 만난 나의 동행자 마리아를 따라 짐을 다음 숙소에 보내 놓는다.

orbigo에 있는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san justo de la vega를 향해 걷는다. 언덕이 나오고 소똥 냄새에 정신이 혼미한 길을 지나니 온통 자갈길이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 생각하던 찰나 저 멀리 먹구름이 보인다. 망했다.


santibanez de valdeiglesias에서 san justo de la vaga까지 8km의 구간동안 마을이 하나도 없고 언덕만 나온다. 숙소에 짐을 보내놓길 잘했지 6.5키로짜리 배낭 메고서는 절대 못 걸었을 것 같다. 이것이 모두 나의 동행자 마리아 덕분... 역시 경력자 무시 못한다.

La Casa de los Dioses · La Majada de Ventura, n 1, 24710 San Justo de la Vega, León, 스페인

★★★★★ · 성지 순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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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걸으니 곧 쉼터가 나온다.
기부형식으로 돈을 내고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곳인데, 보자마자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각종 과일에 빵, 주스까지. 그야말로 완벽하다.

먼저 앞서간 마리아를 만나 인사하니, 중간에 뒤돌아보니 내가 없어서 놀랐다며 얘기한다. 한 순례자 아저씨는 내가 쓰러질 것 같이 걸으니 한국인은 스트롱하지 않냐고ㅋㅋㅋㅋ아저씨 대체 누굴 만난거에요...


그러나 웃으며 떠드는 것도 잠시...이제 내리막이라 기분이 좋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비구름이 날 따라다니는게 분명하다.


판초우의를 입고 한참을 걸어 astroga에 도착하자 순례자 형상의 동상이 나를 반긴다. 그 옛날 자기 몸만한 짐을 메고 걸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동상을 지나 걸어가니 마리아가 길가의 바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 다 보내고 거의 꼴찌로 도착한 나 기다리느라 고생했어 마리아...

하지만 여기서 끝이면 섭하지. 근처에 숙소가 꽉 차서 우린 5km를 더 가야한다구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거의 4시가 되어 murias에 있는 숙소에 도착, 총 29.2km를 걸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걸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뿌듯하면서 내 무릎과 발한테 굉장히 미안해진다.


ALBERGUE peregrinos CASAFLOR · C. Traslosportales, s/n, 24718 Murias de Rechivaldo, León, 스페인

★★★★★ · 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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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니 사교성 좋은 사장님이 반겨주신다. 어찌나 친절한지 말을 걸 때마다 웃으며 말씀하심. 특히 마리아가 스페인어로 얘기하니 말 너무 잘한다면서 좋아한닼ㅋㅋㅋㅋ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니 또 비가 와서 숙소에 있는 바에 갔더니 캘리포니아 아저씨와 그의 와이프의 친구인 독일 아주머니가 있다. 와이프 친구와 까미노를 걷는다니 한국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인데 신기... 몇 십년을 함께 했으니 가능할라나.

곧 프랑스 아저씨 한 분이 더 합류하고 본격 식사가 시작됐다. 마리아가 영어를 잘하니 금방 친해진다.  음식에 와인을 곁들이자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프랑스 아저씨가 자꾸 잔에 술을 채워준다. 부모님 뻘인 어르신들이랑 편하게 대화하는게 뭔가 낯설고 신기.... 까미노에서는 나이 성별 국적 불문 모두 친구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건배를 외치며 놀고 있으니 사장님이 신나서 담금주를 꺼내오고, 그 술에 다들 뻗어버렸다. 향은 좋은데 어찌나 쎄던지. 며칠동안 시차 적응때문에 새벽에 깼었는데, 덕분에 바로 뻗어서 꿀잠 잤다. 9시가 넘은 지금도 자는 마리아... 오늘은 15km만 걸을 거니까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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