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 18일차, 오 페드로조-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19.3km), 순례자 사무소에서 완주증 받기

some1014 2023. 11. 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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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차, O Pedrouzo-Santiago de Compostela (10/2, 19.3km)

 
 


 
 
 
 드디어 대장정의 마지막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가는 날
 
시작 전엔 내가 할 수 있을지 걱정했고
걷는 동안엔 이 길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끝이 오긴 오는구나.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바로 피스테라에 가려고
평소보다 이른 새벽 6시에 나왔더니
안개가 자욱한게 뭔가 으스스하다.
 
까미노 내내 새벽부터 걸었으니 이제 괜찮아질 법도 한데,
어둠은 영 적응이 되지 않아 무섭다.
 
 

 
 
두려운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걷는데
어떤 키 큰 아주머니가 오길래 인사했더니
반갑게 맞아주신다.
 
마지막 까미노 메이트인 아주머니는 독일에서 오신 분인데,
자식 다 키워내고 혼자 오셨단다.
퇴직하거나 애 다 키우고 오시는 분들 너무 대단..
나도 체력이 딸려서 고민했는데 어떻게 걸으실까?!
 
근데.. 이 정도 걸으려면 바가 보여야 하는데 영 안보인다.
카페인이 필요하다고!!
 
아주머니와 바가 왜 없냐고 궁시렁 거리며
한참을 걷고 나서야 발견한 오늘의 첫 바ㅋㅋㅋㅋㅋ
 
토마토 토스트와 함께 커피 한잔,
아주 완벽한 아침이다.
 

[출처: 좌 me, 우 구글맵]

 

Porta de Santiago · San Paio, 28, 15820 A Lavacolla, A Coruña, 스페인

★★★★☆ · 음식점

www.google.com

 
 
내가 주문하는 사이 독일 아주머니는 이미 식사를 마치셨고
같이 걸어서 즐거웠다며 인사하고는 떠나셨다.
저도 즐거웠어요!!
 
그렇게 토스트를 열심히 먹고 있는데
오른쪽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반팔티에 떡하니 국기가 있어서 못 알아볼 수가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장실을 기다리다가 한국인이시냐고 물었더니
맞다면서 웃으며 받아주신다
군대갔다온 아들이 준 옷을 입었더니
사람들이 코리안 아미라고 부른다고...
 
그렇게 함께하게 된 오늘의 두번째 까미노 메이트는
양자 컴퓨팅을 전공하시고 현재 연구소에 근무하신단다.
우리 엄마뻘인데 생장부터 풀코스를 걸으셨다고...
 
이 교수님(편의상 교수님이라고 칭함)은 
진짜 파워 E인지 지나가는데 사람들이랑 계속 인사를 한다
까미노에서 여러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시는데
듣고보니 꽤 인복이 있는 편..
밝고 긍정적인 화법이 참 매력적인 분이다.
 
그렇게 교수님과 걷다가 바를 들렀는데
여기서도 한 이탈리아인과 인사를 나누신다.
반갑다고 막 얘기를 하는데 또 다른 한국인을 만나 인사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티아고 가는 날이 맞긴 한가보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네...
 
그렇게 만난 한국인과 동행하게 된 우리.
그 분도 산티아고 찍고 바로 피스테라로 간다고 해서
교수님이 둘이서 같이 가면 되겠다고 하신다.
아.. 아니에요 교수님, 멈..멈춰주세요...
 
 
그렇게 걷고 걸어 도착한 산티아고
 
저 멀리 언뜻 보이는 산티아고 대성당과
여기저기 모여서 완주를 축하하는 사람들을 보니
드디어 내가 도착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덩달아 서로를 토닥이며 감동을 느껴본다.
 
그 분위기에 휩쓸린 건지 
아니면 내가 해냈다는 만족감, 성취감 때문인지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든다.
 

3주 내내 나와 함께한 발목보호대와 운동화

많이 꼬질꼬질해졌구나..

 

 

 

감격스러운 순간을 뒤로 하고

완주증을 받기 위해 순례자 사무소를 들렀다.

 

입구에 있는 표지판에서 큐알코드를 찍어 접수를 한 뒤 조용히 줄을 서본다.

피스테행 1시 차를 타야하는데 이래도 될까 싶은데 일단 해봄...이때부터 슬슬 불안해진다.

 

몇 십분 기다린 뒤, 내 이름이 들어간 완주증을 받았다.

드디어 해냈다는 느낌, 아주 뿌듯하다.

참고로 완주증 발급받는데 3유로, 케이스 2유로이다. 

 

 

Pilgrim's Reception Office · Rúa das Carretas, 33, 15705 Santiago de Compostela, A Coruña, 스페인

★★★★☆ · 관광 안내소

www.google.com


 
그러나 감격할 틈도 없이 우리는 움직여야함.

피스테라행 버스를 타기 위해 바로 버스터미널로 이동해본다.

도보로 26분...

슬슬 버스를 탈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걷고 걸어 터미널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왜 기차역이 보일까

들어갔다가 영 아닌 것 같아서 보니 건물 뒷쪽인 것 같다.

 

기차역 오른쪽에 공사 중인 육교를 건너 드디어 터미널에 도착.

매표소에서 표를 예매하려는데...

일행이 구매한 표가 마지막이었음

젠장..망할...

 

 

 

Santiago de Compostela · Rúa de Clara Campoamor, 15702 Santiago de Compostela, A Coruña, 스페인

★★★☆☆ · 버스 정류장

www.google.com

 


짜증이 마구마구 솟구치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화를 낼 수는 없어서

나는 좀 쉬다가 저녁 버스를 타겠다며 보냈다.

 

그렇게 심신을 정리하기 위해 터미널 내 카페에 들어감

 

 

 

대성당에 도착했을 땐 흐리더니 어느새 구름이 걷히는 중

버거와 맥주를 시키고 멍하니 앉아있으니 평화가 찾아온다.

(참고로 카페 야외자리는 추가 비용이 있음...도둑놈들)

 

 

 자,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일단 다음 버스 표를 사고

산티아고 시내나 좀 돌아다녀볼까

짐은 락커에 맡길까 아니면 들고 다닐까

 

원래 피스테라 갔다가 Cee로 가서 자려고 했지만

다음 버스는 5시쯤 있어서 바로 Cee로 이동하기로 결정.

매표소에서 사도 되고, 어플로 구매해도 됨

(https://www.monbus.es/es)

 

터미널에 락커가 있지만 비싸서 짐은 걍 대충 들고 다니기로 함

락커 정보는 아래 블로그 참고

 

🇵🇹 포르투 3박 4일 (1) ⚓️ : 콤포스텔라 짐보관 / 콤포스텔라에서 포르투 가는 방법 / A Grade /

▼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 ▼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 도시이자 한국인들의 한달살기 인기 도시 포르투 여...

blog.naver.com

 

 

그렇게 4-5시간을 버티고 드디어 Cee로 출발!!

 

하지만 나의 역경은 끝나지 않았으니...

가는 길이 이렇게 꾸불꾸불하다고 왜 말 안해줬어...?

아니 지도를 봤으면 예상했어야지 멍충아

 

암튼 나는 2시간 반동안 멀미와 싸웠고

내릴 즈음엔 거의 반 기절 상태였음

간만에 과호흡이 와서 버스에서 내려서 몇 십분을 헥헥거리다가

힘들게 약국에 갔더니 응급실을 가란다

선생님.. 나 지금 못 걸어요..ㅠㅠㅠㅠㅜ

 

지도를 보니 멀진 않지만

숙소가 더 가까워서 걍 숙소로 걸어갔다...

그렇게 저녁이 다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한 나는

사람들과 인사도 못하고 쓰러져있다가

씻고 차를 마시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옴

 

그렇게 나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하루를 날리고

선셋은 구경도 못해버림..ㅎ...

 

까미노 중에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이 날이 까미노+포르투 통틀어서 가장 힘들었다.

 

일단 멀미 때문에 과호흡까지 와서 몸이 힘들었고

미리 버스표를 예매하지 않고서는

처음 본 사람 말 듣고 미적거리다가 버스 못 탔다며 원망하는 나도 싫었다.

악한 감정과 기운을 떨쳐내려 시작한 순례길인데

하루도 안되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꼴이라니...

 

아무래도 좀 더 정신수련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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