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차, Arzua-O Pedrouzo (10/1, 19.2km)
산티아고 D-1
드디어 대망의 산티아고까지 하루 남았다.
오늘, 내일만 걸으면 이 대장정도 끝이다.
해 뜨기 전부터 길을 나서서 일출을 바라본다
길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얼마 안남았네...
산티아고에 가까워질 수록 마음이 들떠서
나도 모르게 표지판 사진을 계속 찍게 된다.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그렇게 도착한 O Pedrouzo
사진에 우연히 찍힌 두 순례자가
이 곳이 까미노임을 알려주는 듯하다.
오늘의 숙소는 Albergue Mirador de Pedrouzo
아침에 예약해놓은 숙소를 구글맵으로 찾아보다가
베드버그가 나온다는 리뷰를 보고 급하게 숙소를 바꿨다.
다행히 예약금은 없었고 숙소에서도 흔쾌히 취소해줌
문제는 동키로 이미 짐을 보냈다는 거지...ㅎ..
그래서 일단 뉴 숙소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취소한 숙소에 가서 짐을 찾아올 생각이다.
새로 예약한 숙소는 마을 초입에 있는데
리뷰를 보니 아주 깔끔하고 수영장까지 있다.
근데 이게 15유로!
나는 수영을 못해서 들어가진 않겠지만
수영하는 사람은 진짜 천국일 것 같은 너낌...
(그리고 이 예감은 딱 들어맞음)
배고파서 일단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구글 리뷰를 보고 감자칩+초리조와 연어 샐러드를 주문
1인 2메뉴ㄱㄱㄱ
이윽고 나온 감자칩+초리조
사진보고 시켰더니 이름은 모르겠는데
존맛이라 매우 만족...
근데 음식을 다 먹고 맥주까지 클리어했는데 샐러드가 안나온다.
한참 기다리다가 웨이터한테 얘기하니 나오는...
근데 추가로 주문한 음료는 안나옴
짜증나서 음료는 포기하고
전투적으로 샐러드를 먹고 맥주까지 클리어하고 나니
바로 와서 계산서를 주는 웨이터...
단체손님이 들어와서 정신없는건 알겠는데
여태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바로 계산서를 주고 가?!
나 혼자라고 너무 무시하는거 아니냐!!!
이것이 바로 인종차별인가 아니면
한국처럼 혼자인 손님을 무시하는건가.
보니까 음료는 아예 주문이 들어가지도 않았네?! 참나...
그렇게 맘 잔뜩 상해서 대충 동네를 둘러보고는
다시 숙소로 귀환.
씻고 짐 정리하다가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한테 인사하는데
어제 같은 숙소에서 묵었던 친구들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수영장 갈 건데 같이 가겠냐고해서 콜!!
이윽고 숙소 뒷편으로 돌아가니 꽤나 큰 수영장이 있다.
와.. 하마터면 이런 걸 못보고 지나칠 뻔 했네
새파란 물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뒷편에 보이는 산과 갈색 지붕
티없이 맑은 날씨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다.
비록 물에 못 들어가지만
이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한 순간이다.
한 친구만 물에 들어가고
남은 친구와 선베드에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
알고보니 운동을 하면서 만난 사이라고...
수영하고 있는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오게 됐는데
사리아부터 걷고 이후에는 여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냥 여행이어도 잘 맞기 어려운데
까미노를 같이 걷다니 진짜 대단...
그렇게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세상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안 왔으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아
즐거운 수영 타임이 끝나고
두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몰랐는데 한 친구가 단 걸 아아아아주 좋아하는 덕후였음
그 친구의 추천으로 찾은 맛집
Limoncelli Arca
젤라또를 하나씩 시키는데
나와 한 친구가 서로 쏜다고 난리...
결국 아이스크림을 얻어먹고 수다를 떠는데
나머지 한 친구는 또 케이크랑 커피를 사겠단닼ㅋ
이거 점점 일이 커지는데?! 난 뭐 사라고!!!
그렇게 나온 우리의 커피...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주 제대로 만들어주신다.
너무 신나서 셋이서 소리를 지르니
옆에 있던 외국인이 그게 뭔데 그러냐고 물어봄ㅋㅋㅋㅋㅋ
당신은 몰라...
한 겨울에도 아아를 마시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아아를 만났을 때의 기쁨과 희열을
테이크 아웃해서 숙소에서 2차 디저트 타임
당이 쭉쭉쭉 오르는 느낌이지만
멈출 수 없지
잔뜩 먹고 뭐할까 빈둥대다가
마을 구경하면서 소화시키기로 한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알게 된 사실
1. 나보다 10살, 7살 어린 애기들임
2. 수원 피플임
3. 수영했던 친구는 사진작가임
나에게는 1번이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이런 애기들이 젤라또랑 커피를 사니 부담감이...
그래서 저녁은 내가 사기로 함
괜찮아 주식팔지 뭐
그렇게 소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갈 곳을 잃고 레스토랑으로 향한 우리
원래 내가 갔던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다는데
내가 막 썰을 풀며 싫다고 해서 새로운 맛집을 찾음
그렇게 찾은 오늘의 저녁식사 맛집은
CASA SANTAIA
노느라 바빴는지 사진이 없다
그 맛있던 새우는 어디간거야
샹그리아와 와인은
그 귀엽던 고양이는..?!
참고로 여기 분위기 맛집입니다
한국에서 추구하는 유럽 갬성!!
제가 사진을 못 찍었을 뿐...
아쉽다 아쉬워
다만 가격이 좀 나간다는 점 참고...
내가 다 살랬더니 친구들이 보태줌
우쭈쭈 우리 착한 애기들
글 쓰다보니 생각나네
애기들 잘 지내니...?
(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