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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2023 산티아고 순례 후기 - 느낀점, 추천/비추템 등

some1014 2024. 1.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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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산티아고 순례 후기

 

2024년 새해를 맞아

순례길을 걸을 계획이거나 고민 중이신분들을 위해

미뤄뒀던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를 적어보려한다.

(풀 코스(800km)를 걸은게 아니니 참고)

 

 

1. 기간

2023.09.15~10.2

 

2. 루트

프랑스길(레온-산티아고) 

 

3. 거리

약 300km

 

4. 준비물 

  • 가방: 오스프리 카이트 38L(여성용) - 가방 무게가 꽤 나가지만 허리를 잘 지탱해줘서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음. 등산스틱 꽂는 부분도 있고 나름 괜찮은 편. 오케이몰에서 19.5만원인데, 종종 카페에서 중고도 판매하니 그걸 사는 것도 추천함(나도 한번 쓰고 판매함)
  • 신발: 호카 오네오네(트래킹화) - 폭신폭신하고 가볍고 비에 젖어도 잘 말라서 좋다. 다만 발목을 잡아주지는 못해서, 발목이 약하다면 다른 제품을 추천함. 그리고 내구성은 매우 안좋다.. 한번 갔다오니 뒤꿈치부분이 넝마가 되어있더라ㅎ
  • 추천템: NH 침낭, 등산스틱, 인진지양말, 슬리퍼, 원피스(잠옷/나들이용), 발목/무릎 보호대, 바람막이, 경량패딩, 니플패치, 클렌징티슈, 샴푸바, 피지오겔, 스포츠용 선크림, 옷핀, 세탁망, 보조배터리, 초고속 충전기, 스포츠타올, 다이소 장바구니, 한국 기념품(선물용)
  • 비추템: 판초우의(차라리 우산이 낫다), 헤드랜턴, 자외선차단 장갑, 젓가락, 라면티백, 스패츠, 신발 방수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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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기

  • 처음에 내가 산티아고를 간다했을 때, 주변 사람 모두가 놀랐고 괜찮겠냐고 물었다. 워낙 체력이 안좋은 편이거든... 그래서 보통은 300km를 25km 내외로 2주에 걸쳐 걷는다고 하는데, 나는 3주로 일정을 잡았다. 평소 해봐야 5km 정도 걷거나 요가를 하는게 전부인데 오버했다가 낙오될까봐 겁이 났다. 걸어보니 하루에 20km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25km 넘어가면 몸에 무리가 가면서 발가락에 물집 잡히더라. 
  • 결론적으로, 나는 낙오되지 않고 30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속도가 느리니 선착순으로 갈 수 있는 공립알베르게는 포기하고 사립으로 예약하고 다녔고, 덕분에 여유있게 쉬엄쉬엄 몸 상태를 봐가면서 걸을 수 있었다. 힘이 드는 날엔 조금 늦게 나섰고,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심한 코스에서는 동키 서비스를 이용했다. 덕분에 소중한 무릎을 지키며 걸을 수 있었다.
  • 까미노를 걸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한 마디는, '너는 항상 웃고 다니더라'라는 말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언제나 찡그린 얼굴이었다. 회사에서 특히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오죽하면 쟨 왜 맨날 표정이 저러냐고 할 정도였다. 난 그냥 별 생각 없었는데, 표정 때문에 오해를 받은 적이 참 많았다. 그런데, 까미노를 걷다가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항상 웃고다닌다는 말을 하니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오래 걸으니 분명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내가 웃고 있었다니... 
  • 왜 까미노를 걷는가. 본래 산티아고 순례는 종교적인 행위이지만, 한국인들의 경우 보통 삶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 많다. 퇴사/휴직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거나, 정년퇴직하고 오랜만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거나. 나 역시 퇴사 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까미노를 택했다. 재충전하려고 했는데 막상 퇴사 후 더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뭔가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손미나 전 아나운서의 까미노 관련 영상을 봤고,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내 체력을 알기에 몇 개월동안 고민하다가 티켓을 끊고는 스페인으로 향했다.
  • 까미노를 걸으며 좋았던 것은, 오직 먹고 자고 걷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힘겨워하던 시절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샤워를 하고 잠을 자려고 눕는 순간에도 잡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24시간 뇌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쉬고 싶었다. 그런데 까미노를 걸으니, 어디서 잘까? 뭐 먹지? 어디까지 걷지? 이런 아주 단순한 고민만 할 뿐 쓰잘데기 없는 생각은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꽉 차있던 불순물이 빠지고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 다음에도 다시 걸을 것인가. 까미노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과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다음에도 다시 올거냐는 것이다. 까미노를 걷는 이유만큼이나 많이 이야기한 것 같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마도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은 너무 풍요로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 잘 하지도 못하는 언어로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같은 길을 걷다가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이런 경험을 까미노가 아니라면 어디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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